• 박박사

[지식재산/저작권] 판면권의 보호에 대한 현황 및 법적 이슈 검토

Updated: Jan 2, 2019


판면권의 보호에 대한 현황 및 법적 이슈 검토


1. 판면권의 의의


판면권은 출판물의 판면 배열에 대한 출판자의 독자적 권리로서 영연방 등의 국가 및 아일랜드, 인도네시아 등의 10여개 국가에서 출판물의 기획, 저작 지원, 편집(레이아웃, 교정, 교열), 제작 등 저작물의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출판인들의 노력과 투자를 보호하고자 일종의 저작인접권으로 인정하고 있고, 이 권리의 대상은 출판물을 구성하는 각 면의 스타일, 구성, 레이아웃(layout)이나 일반적인 외관 등이며, 권리 주체는 출판자임 (한국저작권위원회 용어사전 (https://bit.ly/2EZjNxk)


2. 국내 판면권 등장 배경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최근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 되면서 콘텐츠의 복제 전송이 간편해져 출판계의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히 대학의 ‘수업 목적 보상금’ 분배에 있어서 대학이 수업에서 필요한 책의 일부를 복사해서 학생들에게 나눠 주거나 강의용 웹하드에 파일 형태로 올려 공유하는 경우 대학이 학생당 일정 금액을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에 보상금을 내고 있으나,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자에게만 보상금 지급 의무를 두고 있고 출판권자에게는 보상금 지급의무가 없는 등 저작권법이 모순적이라고 주장함. 이어 누군가 허락 없이 종이책과 판면이 똑같은 PDF 전자책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려 팔아도 저자의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만 종이책 출판권만 있는 출판사라면 권리 침해를 인정받기 어려우므로, 판면권을 도입하면 이런 상황에서 출판사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함(“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의 땀만 있었나”출판인 반발, 동아일보, 2018. 10. 25. (https://bit.ly/2Rv0kG1)).

<출처 : http://www.sisu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853>

3. 영국에서의 판면권 제도 최초 도입


판면권 제도는 영국에서 1956년, 출판 산업에서 판면디자인이라는 예술적 발전과 사진제판술이라는 기술적 발전의 부조화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작권법의 개정에 따라 처음 도입되었음. 당시 영국에서는 원래의 출판자들이 기술과 노동력을 투입하여 고전 저작물 판본의 정교한 판면디자인을 제작한 이후에 이러한 판면을 다른 출판자들이 사진제판술을 사용하여 손쉽게 복제한다고 해도 이러한 복제에 대항하여 원래의 출판자들의 권리를 주장할 근거가 없었고, 이러한 배경에서 원래의 출판자의 판면배열을 복제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저작권법 내에 판면보호 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1956년 영국제적권법 제15조에 판면보호에 관한 내용이 도입되었음 (박익순, 판면권 도입을 위한 출판계약 실태조사 연구, 대한출판문화협회, 2017).


4. 각국의 판면권 보호


가. 영국


영국은 발행물의 판면배열에 저작원이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음. 따라서 출판과 관련한 저작권 보호대상은 저작물의 내용 자체와 함께 발행물의 판면배열임. 발행물이란 하나 이상의 어문, 연극, 음악저작물의 전체 또는 일부분의 출판물을 의미하고, 판면배열에 관한 저작권은 저작물을 출판한 출판자에게 있으며, 출판배열에 관한 저작권은 판본이 처음 출판된 연도 말로부터 25년이 되는 해의 말에 만료됨.


기존 출판된 판본의 판면배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복제하는 경우에는 판면배열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발행물 판면배열과 관련한 복제는 원판본 판면배열의 복제본을 제작하는 것을 의미하며, 발행물 판면배열에 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만 연구 및 학습과 관련한 복제, 시작장애와 관련한 복제, 교육기관 및 도서관의 복제 등 공정사용의 예외를 두고 있음.


영국 저작권법에는 저작물의 전체 또는 상당한 부분의 복제를 저작권 침해로 보고 있는데, 침해기준에 대하여 뉴스 기사의 복제에 관한 사건 판결에서 상당한 부분의 개념은 양적인 개념이기보다는 질적인 개념으로 다루어지고 있고, 저작물의 복제가 양적으로는 매우 적더라도 질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부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음.


나. 독일


독일은 학술적 판본과 사후 저작물의 발행 판본에 한하여, 저작권 및 관련 권리에 관한 법에 인접보호권으로서의 보호 규정을 두고 25년 동안 보호하고 있음.


학술적 판본의 경우, 저작권법상 보호되지 아니하는 저작물이나 문서의 판본이 이에 해당하고, 학술적 연구조사활동의 결과물이 이제까지 알려진 판본과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것이면 판본의 작성자는 인접보호권을 갖는 것으로 규정함. 사후 저작물의 경우, 발행되지 아니한 저작물을 저작권이 소멸된 후 발행한 자는 해당 저작물을 복제, 배포, 이용할 배타적인 권리를 가짐.


3. 대만


대만의 경우, 저작권법에 제판권을 규정하고 있음. 저작재산권이 존재하지 않거나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이 만료된 어문저작물을 제판자가 정리하여 인쇄하거나 미술저작물의 원본을 영인, 인쇄 또는 유사한 방식으로 복제하여 최초로 발행하고 법에 따라 등기한 경우에, 그 판면에 대하여 제판자는 전적으로 영인, 인쇄 또는 유사한 방식으로의 복제권을 갖게 됨. 대만 저작권법은 미술저작물에 대해서도 판면권을 보호하는 등 다른 국가들보다 폭넓은 범위의 저작물에 대하여 판면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음. 그 보호기간은 10년으로 규정하고 있음.


4. 기타


아일랜드와 남아프리카, 인도네시아는 발행물의 판면배열을 다른 국가들의 보호기간보다 긴 50년 동안 보호한다는 점이 이들 국가들의 판면권 보호의 두드러진 특징임. 중국은 ‘판식설계권’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판면에 관한 권리를 보호하고 있으며 대만과 동일하게 10년의 보호기간을 규정하고 있음. 홍콩도 발행물의 판면배열에 관한 권리를 보호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어문, 드라마, 음악 또는 미술 저작물 등의 판본에 판면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 밖에 호주와 필리핀, 자메이카 등이 판면권을 보호하고 있음 (노현숙, 판면권의 보호에 관한 연구, 2015).


5. 국내의 판면권 보호 검토


가. 현행법에 의한 보호 가능성 검토


(1) 저작권법


저작권법상 편집저작물은 그 소재의 선택 또는 배열에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 보호될 수 있으므로(저작권법 제2조 제18호), 판면권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판면의 ‘편집’ 등이 저작권법상 편집저작물과 일응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음.


그러나 판면은 저작물의 내용적인 측면을 그대로 유지한 채 외형적인 측면의 활자의 선택, 공간의 구성, 배열 등에 관한 것으로, 판면은 저작권법상의 편집저작물에 준하여 보호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편집저작물 조항을 판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임.


또한 현행법상 출판자는 출판권과 배타적발행권을 가지며, 출판권과 배타적발행권은 처음 발행일로부터 3년간 보호되고(저작권법 제59조 제1항), 특약이 있는 경우 통상 5년 동안 보호되며, 보호기간이 만료되면 출판자는 더 이상 출판과 관련한 어떠한 권리도 보장받을 수 없고, 저작권이 만료된 도서를 새로운 판면으로 제작한 것을 권한 없이 복제한다고 해도 이러한 경우에 출판권을 적용하여 판면을 보호하기는 어려움.


(2) 부정경쟁방지법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부정경쟁행위로 규정되어(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일반조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이 규정을 판면권의 보호에 적용해보면, 다른 출판자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제작된 판면을 사용하는 것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 규정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임.


또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의 용기나 포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책의 판면 디자인을 상품의 용기 또는 포장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면, 이 규정을 판면에 적용할 수도 있지만, 표지를 달리하거나 출판사표시 등을 달리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이 규정에 의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임.


(3) 디자인보호법


디자인보호법은 물품과 글자체의 형상, 모양, 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이 시각적인 미감을 일으키는 경우에 보호함(디자인보호법 제2조 제1호).


책의 디자인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책의 표지 디자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되고, 디자인보호법이 보호하는 대상은 ‘물품’인데, 책의 각 페이지를 하나의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책의 내부뿐만 아니라 외장과 표지를 모두 총괄한 책 전체 한 권이 비로소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현재의 디자인보호법에 의해서는 글자체만 보호될 수 있을 뿐이고, 판면의 배열, 레이아웃 등 판면의 디자인은 보호되기 어려움.


(4) 민법


판면 또는 판면배열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을 복제하는 경우에, 민법의 불법행위 규정(민법 제750조)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국내법에서 판면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판면을 보호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으며, 따라서 판면을 일부 또는 전부 복제한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반드시 위법한 행위로 보기는 어려움.

또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은 손해를 증명할 때에만 가능한데 판면배열의 일부만을 복제하거나 판면 복제로 인한 손해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판면의 복제 자체가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면 손해배상의 검토 또한 무의미하다고 할 것임 (노현숙, 판면권의 보호에 관한 연구, 2015).


나. 대한출판문화협회 입법 의견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판면권을 법률로서 일정 기간 보호할 경우 ① 출판문화 기술의 향상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② 범람하고 있는 불법복사본 제작 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으며, ③ 출판활동의 활성화를 촉진시켜 지식정보를 폭넓게 제공할 수 있고, ④ 저작권자와 출판사 간에 균형적인 권리의무 관계가 설정되어 출판사 경영에 크게 도움을 주게 된다는 등의 이유로, 판면권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2015년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출판권을 설정 받은 자(이하 ‘출판권자’라 한다)는 출판권에 대한 판면권을 가진다.”는 저작권법 개정안 입법 의견을 제시한 바 있음 (신각철, 출판업계 ‘판면권’ 보호 왜 필요한가. <출판문화> 대한출판문화협회, 2002, http://bit.ly/2rKdW5G).